도마뱀 꼬리 재생능력을 줄기세포에 응용… 사이버공격도 날씨처럼 예보…
기존 이론 뛰어넘는 역발상이 실험실로
교과부·한국연구재단서 기발한 모험연구 88개에 3년간 1억여원씩 지원
'앗, 내 꼬리! 이를 어째. 에라 모르겠다, 그냥 버리자.'
천적에게 꼬리가 밟힌 순간, 도마뱀은 아마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그리곤 줄행랑을 칠 게다. 꼬리는 잘라내 버리고. 그래도 괜찮다. 며칠 지나면 언제 잘렸었냐는 듯 다시 자라날 테니.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국내 한 과학자의 실험실에 최근 도마뱀이 등장했다. 도마뱀과 줄기세포. 도무지 아무런 연관성이 없을 것 같다. 흥미롭게도 이 과학자는 도마뱀을 보며 기발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리고 모험을 걸기로 했다.
도마뱀으로 줄기세포 연구
몸 일부가 잘린 도마뱀이나 플라나리아가 멀쩡하게 살아 있다가 다시 원상복귀 하는 모습, 학창시절 생물시간에 한번쯤 본 적 있을 것이다. 없어진 조직이 다시 생겨나는 건 그리 간단한 현상이 아니다. 뼈와 혈관, 근육 등이 모두 새로 만들어져야 한다.
정진웅 동아대 생물·의생명과학과 교수는 "도마뱀의 꼬리는 잘린 뒤 1주일 정도 지나면 잘린 부분의 세포가 '블라스테마'라는 세포로 바뀐다"고 설명했다. 블라스테마는 신체 어느 조직으로도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와 비슷한 특성을 갖는다. 세포가 발생 초기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바로 '역(逆)분화' 현상이다.
역분화는 최근 줄기세포 분야의 핫이슈다. 성숙한 세포를 발생 초기 단계의 줄기세포로 되돌린 다음 다시 인체 여러 조직으로 분화시키는 기술이다. 만들 때 난자가 필요해 윤리적 논란이 있는 배아줄기세포와 제한된 양밖에 얻을 수 없는 성체줄기세포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어 난치병 치료의 새로운 희망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성숙한 세포를 역분화가 일어나도록 유도할 때 바이러스나 화학물질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부작용 우려가 제기돼왔다.
정 교수는 도마뱀에서 잘린 조직이 자연적으로 블라스테마로 변하는 동안 분명 역분화를 일으키는 인자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블라스테마가 형성될 때까지 도마뱀의 유전자와 단백질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확인해볼 계획"이라며 "여기서 역분화 인자를 찾는다면 사람 역분화 줄기세포를 만드는데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몸 일부를 스스로 잘라내고 재생시키는 능력은 미생물이나 어류 양서류 파충류 같은 일부 하등동물에서 나타난다. 정 교수는 그 중 진화적으로 인간과 가장 가까운 파충류를 택했다.
흥미롭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다. 역분화 줄기세포 연구자들이 부딪힌 난관이 어쩌면 이 아이디어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성공 여부는 확실치 않다. 정 교수 스스로도 "도마뱀 조직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할 수 있는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며 "외국에서도 없었던 그야말로 모험적인 시도"라고 말했다.
코르셋 얼마나 조였나
도마뱀 연구는 올 5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모험연구사업'에 선정됐다. 국내 모험연구는 현재 총 88개. 한 연구 당 3년간 최대 1억6,0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이들 연구의 공통점은 실패 위험이 높지만 성공할 경우 파급효과가 클 거라는 점이다. 기존 이론이나 기술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풀어나갈 돌파구도 될 수 있다. 모험연구는 또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은 새로운 발상이나 과학과 공학 인문학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융합적 성격이 강하다.
나영주 인하대 생활과학부 교수는 최근 17~18세기 프랑스 여성들이 입었던 코르셋을 고증을 거쳐 그대로 재현해냈다. 여성들이 코르셋을 착용하기 시작한 건 대략 르네상스시대부터다. 허리를 잘록하게 하고 가슴을 풍만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나 교수는 "당시 여성들은 부인병이 잦았고 순환계 호흡계 소화계에도 문제가 많이 생겼다"며 "몸에 지나치게 꽉 조이는 코르셋이 이와 연관 있을 거라는 게 우리 연구팀의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나 교수팀은 재현해낸 17~18세기 코르셋을 여성에게 입히고 얼마나 조이는지 의복압력을 측정해봤다. 그 결과 의복압력 허용기준치의 수천 배가 나왔다. 납작하게 만든 고무튜브를 피부에 붙인 다음 코르셋을 입으면 튜브 속 공기 분포에 변화가 생긴다. 이를 전기신호로 바꾸면 코르셋이 얼마나 몸을 조이는지를 수치로 나타낼 수 있다.
나 교수는 "의복압력이 혈압이나 대사량 혈류량 등 여성의 생리적 반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류학과 복식사를 현대기술에 접목시키는 이 같은 독특한 시도는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다는 게 나 교수의 설명이다.
디도스 예보 가능할까
과학자들의 순수한 학문적 기술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게 모험연구의 중요한 역할이긴 하지만 성공하면 일상생활이나 산업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연구도 적지 않다. 김삼용 중앙대 수학통계학부 교수팀은 분산서비스거부(디도스·DDoS) 같은 사이버 공격을 날씨처럼 예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사이버 공격에 대한 위험지수를 만들어 기업이나 개인에게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최종 목표다.
이 같은 예보시스템을 만들려면 실제 사이버 공격을 받았을 때 시간에 따라 인터넷 네트워크 트래픽의 양이나 패턴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데이터는 대부분 보안 대상이라 얻기가 쉽지 않다. 김 교수는 "통계처리와 시뮬레이션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며 "1년 정도 분석해보면 성공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source: 한국일보 (12.01.2010) http://news.hankooki.com/lpage/economy/201012/h2010120122044011172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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